창작 자작시
시래기 인생
산곡 신정식
2022. 12. 20. 02:35
시래기 인생 /산곡 신 정 식
한여름 싹이 나서
비바람에 시달리며
폭염 속에 자라났다
무가 익어 가는 가을
무우 가슴을 내밀고
탐나는 모습이 됐다
태풍이 지나고
서리를 맞으며
때로는 눈비를 맞기도 했다
해가 들면 해가 들고
눈이 오면 눈 만나고
비나 서리가 오면 내렸다
가을이 가면 가는대로
겨울이 오면 오는 대로
버틸 만큼 있으면 그만이다
뽑힌 뿌리가 대가리 되고
무청은 잘려나가
주인 맘대로 정해 젖다
쓸라면 쓰고
버리라면 버리고
밥상 시래기차지하려나
무청 덕장에 매달려
바람 불면 바람 맞고
해가나면 해를 맞았다
흔했다면 흔했고
귀했다면 귀했다
시래기로 남은 인생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