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 산곡 신정식
콩 심은데 콩 나고
팦 심은데 팦 나고
뿌린 대로 거둔다고
그랬든가
심거나 말거나
날 것은 나고
잡초가 무성하면
이 또한 좋지
소나 말을 키우면
될 것을 그러나
죽 쒀서 개 사리한다
개 값이나 알기나 하나
그래서 그런지
장사를 시작 했고
장사꾼이 돼서
사업을 하게 됐다
아이들이 크면서
돈 써가며 가르친
글공부는 별로고
부모를 따라 배웠다
닮지 말라는 것만
빼어나게 닮아서
나와 똑 닮아가니
감격스런 일이 생겼다
딸기 한 팩이 배달
주문도 안했는데
이상하다 배달 사곤가
주소가 맞다
큰딸에게서 전화
딸기 보냈다고
뭔 일이람 경사 났다
철 들 었나 저만 알드니
이권 챙기는 데는
남부럽지 않고
남이란 부모도 남이라
그런 지독하게 닮았다
말로 가르친 것도
아닌데 날 닮았다
나눠 먹고 배려하는
그런 것은 사전에 빠젔다
딸기 한 팩에 감격
이제 50을 바라보니
부모가 눈에 들어왔나
우린 그저 살다 죽겠다
세상 뭐 볼 것이 있어
유행가 가사처럼
욕 안 먹고 살다가는 것
울고 왔다 울고 갈 것
미련도 후회도 없다
자식은 품앗이라니까
나도 내 부모께 그랬는지
나도 모르니까 너나 살아
하긴 나는 내 자식 키웠으니
네 자식은 네가 키워
하며 손자 키운 적 없다
오면 빨리 왜 안가나 했다
나 왜 안 죽나 기다리겠지
80을 넘기며 오래 산다고
부담 느끼겠지 이미 나누기
다하고 남는 것은 없다
땡강 부러져 죽어지면 다행이야
병원 출근하기도 벅찬데
이 짓거리도 그만하고
숨 떨어질 때까지 금식해야지
기력이 다해서 올인 할 것이니
사고 홀인원이지 뭔 말이야
다 그런 것이 있다니까
놀아 보면 알게 돼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