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정

황혼의 정 / 산곡 신 정 식 

 

비워야 채워진다고

빈자리가 채워질 때까지

사람을 기다려 보자

 

욕심 버리고

욕망은 비워졌다

빈자리는 끝내 남았다

 

세월이 가면서

빈자리 차지하는 것은

겨울 나목 찬바람 일었다

 

비가 오면 비바람

눈이 오면 눈보라치고

늦가을 낙엽은 쌓여 만 갔다

 

서리마져 반갑고

뽑다만 배추도 반갑고

못다 핀 구절초도 아름답다

 

반갑지 않은 것이 없으니

밭두렁 사이에 매 놓은

누렁이를 외양간으로 모셨다

 

이 또한 오랜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