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말고 쓰고 떠나자 / 산곡 신정식
잎이 피어
단풍이 들고
떨어지면
세월만 남겠지
기력이 쇠하고
움직이기 힘들면
요양원에 버려지고
외롭다 하겠지
두루말이 같은 세월
당기면 풀리는
휴지를 쓰고
즐겁게 떠나자
가지고 있는 것이
지식이냐 돈이냐
몸도 마음도 쓰는
즐거움을 느끼자
세월이 가면
쓰는 것도 못써
누가 쓸 것인가
쓰다 남은 휴지다
벌어 본 사람이
쓸 줄도 알고
움켜쥐던 사람은
죽어도 쥐고 죽었다
손에 든 것은
동전 몇 잎이 다
이 마저 흙에 묻혀
산화되는 것이다
어떻게 왔다
어떻게 갈 것인가
치매가 오면
이미 늦은 것이다
쓰고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