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허 가네 (소담) / 산곡 신정식
풀섶길 매듭으로
걸려서 넘어지고
함정을 딛고
놀란 일도 침묵했다
장난이 놀이던지
누군가 만든길에
장애물을 탓하지 않아
경험일 뿐이니까
산속 옹달샘 하늘 물
콧물 흘리며 마신 일도
말하지 못했다 안했다
듣는 이 마음 상할 가 봐
젊어서는 길 따라 여행도
마니 다녔어도 산 이름
폭포 이름 명물 지워진
도시 이름을 기억하기 싫다
여행 비행기 기차 버스
2시간 이상은 자부란식
몸이 뒤틀려 괴롭다
여행은 역시 젊었을 때다
이제는 동내 한 바퀴
힘겹게 느껴지고
마을 길 쓸기마저 부쳤다
꽃 한 포기 옴겨 심기 힘겹다
나이들면 돈이 문제가 아니고
건강이 문제고 돈이야
이럭저럭 정리하고 보니
넉넉지 못해도 쓸만 하다
주막에 들려 아는 사람과
탁주 한 사발 건네며
지난 세월 마시는 멋도
사는 취미고 즐거움이다
높고 낮음이 없고
있고 없이 없으니
평범한 나눔이 있고
말 한마라도 소담이다
허허 웃고 가면 그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