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림 / 산고 신 정 식
2020년 겨울은
전기나간 터널이고
길지도 않은 길이
지루하기만 하다
기다릴 것도
없는 세월이
기다림이 됐고
짜증을 불러 들였다
돌아보면 개판이고
하얀 눈 위에서
뒹구는 것도 똥개고
제멋대로의 세상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도달 했는지
적군에게 죽여줘서
고맙다는 이반적인 장수
태풍에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가는 물귀신
반려견에게 고기 조각으로
유혹하며 길들이는 조련사
이 겨울은 길고 긴
불 꺼진 터널이지만
송전선을 잘라다
팔아먹은 파려치한 도둑
긴 터널은 결국에
도둑의 소굴이 됐고
굳게 다친 돌문은
주문에 따라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