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자작시

녹림

산곡 신정식 2020. 12. 27. 09:49

 

녹림 / 산고 신 정 식

 

2020년 겨울은

전기나간 터널이고

길지도 않은 길이

지루하기만 하다

 

기다릴 것도

없는 세월이

기다림이 됐고

짜증을 불러 들였다

 

돌아보면 개판이고

하얀 눈 위에서

뒹구는 것도 똥개고

제멋대로의 세상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도달 했는지

적군에게 죽여줘서

고맙다는 이반적인 장수

 

태풍에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가는 물귀신

반려견에게 고기 조각으로

유혹하며 길들이는 조련사

 

이 겨울은 길고 긴

불 꺼진 터널이지만

송전선을 잘라다

팔아먹은 파려치한 도둑

 

긴 터널은 결국에

도둑의 소굴이 됐고

굳게 다친 돌문은

주문에 따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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