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것은 / 산곡 신정식
처음 만났다
전전을 받았는데
이름과 함께 전번이 떴다
처음 만났는데
처음이 아니 이였다
휴대폰에 기록이 있으니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기억이
하얗게 지워져 있다
마음에 깔린 밑 색이
좋아 한다는 마음뿐
그 외의 단어는 없었다
좋다는 이유는 없다
그저 바라보니 좋다
들꽃이 아름다운 모습이다
주고 싶은 것은 받았는데
바라는 것은 없다
그냥 알고 싶고 바라보고 싶었다
어느 시인이 말 했던가
세상 소풍 나왔다 간다고
소풍 길에 간식을 함께했나 보다
무섭게 달려 와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무엇인가
건망증인가 치매 전전 단계인가
아직도 이성으로 남아 있나
사랑이 불타오르는 것도 아닌데
그저 사람이 좋다는 느낌만이 살아 있다
인생 80에 남은 것은 이 것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