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남산 길 / 산곡 신 정 식
나는 남산 길을
홀로 걸은 적이 있지
하지만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길만 보고 걸었었지
난 평생을 달려오면서
도망치듯 달렸고
막힐 때는 걸어가며
외로움에 떨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함께
걸으면 이야기하고
바라보기도 하고
연민에 정도 느꼈지
참으로 오랜만에
함께 찍어 보는 사진
너무 즐거운 만남이고
의미도 포함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적인 돌풍일뿐
의미 없는 즐거운 하루
어울려다는 만족감에 멈췄다
가을은 나를 흔들었다